대한민국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미주반은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맨해튼에 있는 주뉴욕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주한국유엔대표부와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국정감사반 의원들에게 업무현황을 보고하는 김의환 뉴욕총영사
흔한 말로 ”혹시나…“ 했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총영사관 업무 개선’을 기대하는 뉴욕한인사회의 관심사와 희망은 거의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국에서 이념 대립 중인 대한민국 건국절 시비만 뉴욕으로 옮겨 격화시킨채 감사반과 총영사 간의 이견대립으로 시종일관했다. 결국 ”물러나야“라는 발언까지 나오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소신을 지키겠다“는 정면 충돌 양상을 빚었다.
14일 언론을 통해서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 기사를 본 뉴욕한인들은 거의가 ‘이럴려고 국정감사 하나…’라는 자탄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미주반(위원장 김석기, 국민의힘 소속)은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맨해튼에 있는 주뉴욕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주한국유엔대표부와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두 다른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함께 열린 것은 뉴욕총영사관은 자체 청사가 없어 주 유엔대표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감사는 처음부터 효율적이지 않은 상태애서 시작 됐다.
감사반은 김석기 위원장을 비롯 더불어 민주당 위성락, 이용선, 조정식, 차지호, 한정애 의원 등 5명과 국민의힘 김기현 인요한 의원 등 3명,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 업무현황 보고
감사는 개회선언과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선서에 이어 황준국 주유엔대사의 업무현황보고, 김의환 뉴욕총영사의 업무현황보고로 이어졌다.
황준국 대사는 ”북한 핵, 중동전쟁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중대사태애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단합된 노력을 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의제를 정례화 했다”는 등의 보고에 이어 “예산 중액” “직원 처우개선”등을 건의했다.
이어 김의환 뉴욕총영사는 “뉴욕총영사관의 우선적 업무는 민원해결이다. 관할 5개주에 37만명의 한인 미국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이 살고 있어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12명의 직원이 7개 창구를 운영하고 있어 업무가 무척 과중하다. 뉴저지와 퀸즈 지역에 출장 영사업무를 배 이상으로 늘였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뉴저지에 출장소 신설이 시급하다, 민원실의 환경개선도 절실하다”고 보고하고 “뉴욕총영사관이 건물 임대료로 년 35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독립청사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했다.
김의환 총영사는 이어 ”뉴욕의 환경상 동포들의 범죄 피해가 심각하다. 수시로 뉴욕시경, 지역경찰서를 방문하고 미국당국자를 만나 한인들의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공공외교,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 경제 발전, 한국지·상사들의 활동 지원. 한국 전문직 전용(E-4)비자, 스타트업 기업 지원, 한류의 확산 지원“등 현안을 보고해 나갔다.
그 때 김석기 위원장이 ”현황보고를 간략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김의환 총영사는 ”영사관 인원 확충, 민원실 확대, 처우 개선 등이 화급하다. 국회 차원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약해서 말하고 업무보고를 마쳤다.
12일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의환 뉴욕총영사가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질의 응답
이어 의원들은 질의에 들어 갔는데 감사반 의원 7명 중 6명이 황준국 주유엔대사를 상대로 차분하게 질문하고 차분하게 답변해 나갔다. 6명의 의원들의 유엔대표부에 대한 질의가 끝나고 조정식 의원의 질의 순서가 됐다.
[조정식 의원은 한국에서 김의환 뉴욕총영사의 광복절 경축식 축사를 둘러싼 발언에 대해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어 이날 감사의 초점이 된 상태였다.]
조정식 의원은 의원 7명 중 유일하게 김의환 총영사를 대상으로 질의했다. 조 의원은 “불편한 지적을 좀 해야 되겠다”며 “총영사님 최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김 총영사가 “무엇이 부적절했는지 지적해 달라. 저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이는 지난 8월 15일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광북절 경축식에서 당시 김의환 총영사가 광복회 뉴욕지회장이 대독한 이종찬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듣고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미국이 선사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대한민국을 파괴시키려고 광분하고 있는 북한 공산 세력과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좌파 세력들을 분쇄해 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는 특임이고 그래서 일반 외교부 공무원들과 같이 눈치 보고 그러지 않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욕일보 8월 16일자 A1면 ‘뉴욕 광복절 경축식, ‘한자리’에서 개최했으나 역사관 놓고 충돌 / 광복회, 회장 기념사 대독…"건국절 세력은 일제 밀정같은 존재" / 뉴욕총영사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종북좌파 세력 분쇄해야“ 제하 기사 참조]
조정식 의원은 “총영사 언행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공무원인지 아니면 정치인이나 유튜버인지 분간이 안된다”며 “정치 편향적 발언들이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영사는 “구체적으로 뭐가 정치편향이란 말씀이냐. 제가 미국에 감사를 표한 게 극단적 편향이냐”고 되물었다. 김의환 총영사는 ‘솔직한 얘기로 해방이라는 건 미국이 일본을 패망 안 시켰으면 왔겠나. 전 당당하다. 저는 특임이고 그래서 일반 그런 외교부 공무원들과 같이 눈치 보고 그렇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제가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하는데 공무원은 헌법 제7조 제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국민에 대해 책임진다고 돼 있다"면서 광복회가 광복절 행사를 개별 개최해 한국 정부와 대통령이 모욕당한 상황에서 소신 발언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교부 공무원처럼 눈치 보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선 "그렇게 엣지 있는 말이 아니면 언론에서 안 받아 준다. 그래서 일부러 강하게 얘기했다"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김 총영사가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 공관장이란 이유로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다.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면서 외교부 공무원을 폄하했다"고도 꼬집었다. 김 총영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 너무나 많이 훼손했다”며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는게 아니라 영혼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광복절 행사 발언에 100% 공감하지 않는다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외교부 장관이라면 '공관장이 소신을 갖고 한 얘기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라고 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답변 과정에서 김 총영사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석기 위원장이 "소신을 얘기하는 것은 좋은데 차분하게 말씀해달라"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재차 “그런 언행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고, “제가 보기엔 물러나야 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김총영사는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제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받아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석기 위원장이 나서 “소신을 말하는 건 좋지만 답변 태도를 차분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질의가 일단락 됐다.
◆ 보충질의 때도 팽팽
15분간의 휴식을 가진 후 1시15분부터 보충질의 회의가 속게됐다. 휴식 시간 중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끼리 모여 얘기했고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김 총영사에게 다가가 답변 태도를 좀 부드럽게 해달라고 조언했다.
보충질의 시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서양 속담에 ‘파리채 보다 꿀로 파리를 훨씬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여야를 떠나 감사를 하러 온 의원들인데 총영사는 답변을 조심해서 우리를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광복회장 기념사는 모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는 [김 총영사의 견해에 공감은 하지만 총영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외교적 언사를 써야한다”고 김 총영사에게 추가설명의 마당을 열어주었다. 이에 김 총영사는 “논란이 된 제 표현에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자] 대부분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외국 분들도 많았다. 제가 아무 설명도 없으면 안 될 살황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를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8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지금 뉴욕총영사가 하는 말씀은 일본 수상이 일본 역사관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내러티브와 사실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함께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나와 있던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에게 “총영사는 본인의 역사 인식이 대통령 국정 철학이라고 하는데 이게 대한민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물었다. 황 대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공식적인 외교부의 입장은 이렇다 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라는 직종 자체가 예의와 규범이 많고 자유로운 자리가 아니다”라며 “총영사는 분열되고 각양각색 시끄러운 나라에서 소신의 표현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게 조직과 개인을 위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조정식 의원은 보충 질의 발언에서 "국감장에서 많은 고위 공무원을 봤지만 김 총영사 같은 분은 처음 본다"며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공적 책임과 무게를 가져야 하는데 고위 공직자로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하고 “귀국해서도 국감에서 이 문제를 재론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 끝무렵에 김의환 총영사는 “총영사 개인에 대해서 비판한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총영사는 감사가 끝나자 조정석 의원에게 다가가 악수하기도 했다.
이날 주유엔대표부와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4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감사위원 7명 중 7명 모두가 유엔대표부에 대해서는 질문 했지만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질문은 조정식 의원의 김의환 총영사 ‘광복절 경축식 발언’ 관련 업급이었다. 보층질의에서도 뉴욕총영사관 업무에 관한 질문은 하나도 없었고 7명 모두가 김의환 총영사의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 뿐이었다. E4비자, 한국인들의 미국취업, 한인 거주자들의 안전, 한인 2세들의 미국주류사회 진출 등 긴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채 국감이 종료되고 말았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뉴욕한인 언론들은 12일 뉴욕총영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했는데, 이를 본 한인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뉴욕총영사관의 현황과 애로점이 부각되어 영사관 업무가 개선되고 영사관 직원들의 처우도 개선 되기를 기대했는데 그에 대한 발언은 총영사의 업무현황 보고 뿐이고 정작 감사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아 극히 실망스럽다. 물론 총영사의 이념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일반 한인들의 관심사는 영사관 업무개선과 한인사회 지원 문제 이다. 국감 240분 동안 3분의 2가 유엔대표부 문제이고 3분의 1이 총영사관 문제였는데, 그 80분 모두를 총영사의 광복절 경축식 발언문제만 거론하고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1분도 거론하지 않은 것은 극히 유감이다. 일반 뉴욕한인으로서는 올해 국감에서 추수한 것 없이 허탕친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총영사 자리는 전통적으로 외무고시에 합격한 서울 법대 출신 외교관들이 부임해 왔었는데, 행정고시 출신인 김의환 총영사는 2022년 말 부임해서 보통 2~3년 임기 중 1년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감사가 끝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은 최근 개관한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하고 김천수 원장과 강익중 작가의 안내로 22m 높이의 한글벽과 강익중 작가 개인전 ‘We are connected’를 관람했다. [송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