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주 박사 <버겐커뮤니티칼리지 역사학 교수>
[편집자 주(註)] 론 김(Ron Kim 한국명 김태석, 金兌錫) 뉴욕주 하원의원(퀸즈 40 선거구) 이 25일 치러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11월 본 선거에서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세인 공화당 후보를 상대한다. 재선 가능성이 높아 론 김 의원은 7선 고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론 김 의원을 뉴욕일보 ‘시론’ 칼럼니스트 이길주 교수가 만났다. 뉴욕일보는 ‘론 김은 누구인가?’란 제목으로 이길주 교수가 전하는 인간, 정치인, 한인 커뮤니티 리더 론 김 의원의 모습을 연재한다.
론 김 의원과의 대화는 6월 26일 론 김 의원 플러싱 사무실에서 영어로 진행됐다. 사진은 백마디 말보다 낫다는 사진의 보도성 기능을 살리고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작가 김태학 작가와 함께 갔다.
뉴욕주 예비선거 주하원의원 40선거구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론 김 의원(왼쪽)을 뉴욕일보 ‘시론’ 칼럼니스트 이길주 교수(오른쪽)가 만났다. 이길주 교수는 론 김 의원의 인간, 정치인, 한인 커뮤니티 리더로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출처=김태학 미디어 제공. 무단사용 금지]
론 김 주하원의원(이하 김 의원) 사무실은 플러싱 다운타운 메인 스트리트와 38애브뉴가 만나는 지점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건물에 있다. ‘플러싱 공영주차장’으로 불리던 넓을 주차 공간 주변이다. 방문객이 많은 의회 정치인의 사무실이 무척 굼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10층에 위치해 있다.
◆ 붐비는 의원 사무실
사무실은 비교적 좁은 공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사무실 입구에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의자가 8개쯤 놓여 있다. 민원 상담자가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 대민업무를 위한 사무실에 6명이 일한다. 비서실장격인 Chief of Staff를 포함한 유급, 상근 직원이 있고, 더불어 세가자제명의 대학생 인턴들이 책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긴 테이블에서 유권자들에게 편지 보내기 같은 소소한 잡업(雜業)을 맡을 것으로 생각했던 인턴들이 각자 책상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젊은이들에게 정치와 대민 업무를 알게 하고, 앞으로 공공 서비스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김 의원의 관심이 있음을 느낀다. 케이틀린(Kaitlyn)과 레이첼 (Rachel)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애슐리(Ashley)는 중국어를 한다. 영어 하나로 민원을 해결하는 다른 의원 사무실과 차별된다.
회의실과 같은 작은 공간이 한쪽에 마련되어 있고, 옆에 김 의원 사무실이 있다. 북서쪽으로 나있는 창이 넓은 방이다. 그의 의자 뒷편 벽에는 주로 상장, 공로패들이 걸려 있고, 창틀에는 기념품에 가까운 물건들이 놓여있다.
한인 동포 사회에 관련된 기념물들은 창가 쪽에 많다. 그 중에는 태권도 검은 띠도 있다. 액자 속의 작은 하회탈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한 뉴욕주 의회 선언(Proclamation)리 눈에 띤다. 그가 책상에 앉으면 동포 사회에 관련된 물품들이 눈에 들어오는 배치다. 한인 동포 사회에 대한 김 의원의 애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무실 구조이다.
11월 본 선거가 남아 있지만, 거의 7선 당선자 취급을 받아 인터뷰 약속이 줄지어 잡혀 있을 김 의원은 정확히 약속 시간에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와 처음으로 일대일로 대면한 필자가 받은 첫인상, 또 그 후 대화 속에서 만난 그는 네 개 단어로 정리 할 수 있다. 철저함, 진지함, 열정, 진보성이다. 대화의 첫 머리 부터 그의 성품을 체험했다.
그의 책상 위에 박스로 된 Thank You 카드가 놓여 있다. 10장 쯤은 밖에 나와 있다. 정치인에게 흔히 말하는 “지역구” 관리는 민원 해결과 더불어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일이 중요한 듯 했다.
6월 25일 실시된 뉴욕주 예비선거 주하원의원 40선거구 민주당 경선에서 론 김 후보는 총 유효투표 3,052표 가운데 절반을 넘은 1,621표를 얻어 득표율 54.2%로, 중국계 이 앤디 첸 후보(1,194표 득표율 39.9%)와 다오 인 후보(176표, 5.9%)를 큰 표차로 이기고 11월 본선거에 진출했다. 이날 론 김 후보는 빅토리파티를 열고 적극 지지헤준 주민들에게 감사했다. [사진 제공=론 김 의원사무실]
◆ 신뢰, 가장 소중한 자산
예비선거 결과 축하 인사를 겸해서 질문을 던졌다. “승리가 확정된 후 무슨 생각이 들었나?”
이번 예비선거는 김 후보와 2위 득표자 이 앤디 첸(Yi Andy Chen) 후보 측이 선거 당일 서로가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해 기표소에 경찰이 출동하리만큼 감정 대립이 심했었다. 당초 박빙 예상을 뒤엎고 53.11% 대 39.12% 차로 승리한 사실 앞에서 김 의원의 기쁨은 고마운 마음으로 옮겨 간듯 했다. 예비선거에서 김 후보는 총 유효투표 3,052표 가운데 절반을 넘은 1,621표를 얻어 득표율 54.2%로, 중국계 이 앤디 첸 후보(1,194표 득표율 39.9%)와 다오 인 후보(176표, 5.9%)를 큰 표차로 이기고 11월 본선거에 진출했다.
“감사하다는 마음 밖에는 없었다. 상대가 ‘자원(resource)’풍부했다. 평소 우리를 믿고 응원해준 유권자들의 지원이 중요했다.” 민주당과 지역 사회 단체, 또 진보성향의 시민 조직 등 오래된 그의 지원세력의 이탈이 없었다는 뜻이다.
12년 이상 짧지 않은 시간 쌓아온 신뢰 관계가 그의 가장 소중한 정치 자산임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이번 선거에서 위협적이라 평가 받았던 앤디 첸 후보는 한때 정치자금 모금에서 김 의원을 두 배 정도 앞섰었다. 하지만, 상대가 중국계 유권자의 동족(同族) 정서에 의존하는 전략에 반해 김 의원은 진보적 이념성과 의정 활동, 대민 봉사 등 실질적 기록에 근거한 선거전을 펼쳐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예비선거에 대한 대화 중 갑자기 어색한 순간이 찾아왔다. 김 의원은 필자가 무색할 만큼 철저한 반응을 보였다. 선거에 관한 대화는 대민 업무 공간 밖에서 해야한다며 그런 대화는 의원의 공식 사무소가 아닌 선거 사무소나, 길가를 걸으면서 해야 한다며 말을 멈추었다. “We cannot talk about campaign here!(여기서 선거 얘기는 해서는 안된다.)” 단호함이 표정과 몸짓에서 느껴졌다.
김 의원의 철저함, 진지함, 열정, 진보성은 그의 정치적 성향, 방향성, 비전을 묻는 첫 질문에 대한 답 속에 녹아 있었다.
“저 아래 시티뱅크 메인스트리트 지점 예금액이 14억 달러다. 플러싱 다운타운 지역 주민들의 맡긴 돈이다. 그 엄청난 예금액이 얼마나 메인스트리트를 위해 쓰이고 있나?”
빗나간 반문(反問)이 아니다. 시티뱅크에 들어가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예금을 위해 길게 줄서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 중 몇이 시티뱅크로부터 융자를 제공받을 수 있을까? 신용대출은 가능한가? 성업 중인 플러싱의 대형은행들은 보통사람들의 돈을 모아 대기업에 투자 자본을 제공한다. 비밀이 아니다. 효율적인 이율창출이라 평가받는 사업 수완일 뿐이다. 이를 그는 현재 미국의 또 플러싱 지역 사회가 극복해야 할 “오도(誤導)”라 했다. “Wrong Path,” 즉 잘못된 길로 이끌려 가고 있다는 뜻이다.
◆ “Disconnect” 사회
김 의원은 “Disconnect”란 말을 자주 쓴다.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는, 또는 일관성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의 정치는 그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불협과 불화에 대한 싸움일지도 모른다.
이 싸움의 시작은 이민자로서 그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의 부모님은 맨해튼 서북부에서 작은 델리그로서리 점포를 운영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파산했다. 동네에 필요한 업소였지만, 사업체가 고전하는데도 지역사회 그 누구도 도움이나, 파산 처리를 돕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맨손으로 일으킨 비즈니스를 맨손으로 포기해야 했다.
“부모님은 다른 한인들과 같이 어디 가서 남을 탓하거나(blame), 불만을 토로하는 (complain) 성품을 갖고 계시지 않았다. 속으로 삭이셨고, 부모님의 점포가 활기를 더했던 지역 사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지역 공동체라 말은 하지만, 망한 사람은 망하고 사는 사람은 살아가는 분리된 구조를 경험했다.”
김 의원은 개인 차원의 불일치와 거시경제적 불합리에 민감하다. 그는 “아마존(Amazon)”을 언급했다. 잘 알려진대로 2018년 아마존은 퀸즈 이스트 엘머스터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물류 배송 센터를 세우려 했다. 5만개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거의 모두가 두 손을 들어 환영한 이 아마존 사업안에 대해 뉴욕주 하원 의원이 반기를 들었다. 아마존의 독점성을 문제 삼았다. 아마존의 약속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문제 삼았다. “아마존이 퀸즈에서 1개 직장을 창출할 때 동시에 10개의 직장이 사라진다”던 김 의원의 외침이 아마존이 퀸즈 사업 계획을 접게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론(Ron)이 아마존을 런(Run)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란 전자 상거래의 골리앗과의 싸움에서도 김 의원의 개인사를 만난다. 아마존의 문어발식 사업 행태로 소상인들의 피해가 큰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5분 걸어갈 집 근처 점포에 가는 대신 극히 흔한 일상품도 온라인 주문을 하는 시대이다. 이 결과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처럼 가족 중심의 델리 점포들은 떠나고 그곳은 전자담배 가게로 변하는 현실이다.
한 사회가 유기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고립감이 생기고 불안감이 조성된다고 김 의원은 분석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사회 상호 연결 고리가 사라진 상황이 초래했다고 본다. 교육, 일자리, 의료 서비스, 비즈니스 기회 같은 요소들이 개인의 삶을 전체 사회와 연결해 주는 실존적 고리들이다.
이들이 약화 되거나 사라지면 고립과 불안 심리가 찾아든다. 당연히 대체 욕구가 발동한다. 한쪽에 광신적 극단주의가 발동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집단이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책임 질 수 있다는 사회주의를 갈망한다고 김 의원은 진단한다. “극우에는 파시즘이 소외된 이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트럼프가 거기 서 있다. 사회주의 접근 방식은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상징한다고 본다. 미국 사회는 이 두 극 사이에 중간 지대를 잃어가고 있다.“
그 중간 지대는 누가 지켜야 하는 곳인가? 답이 명쾌하다. “중산층!” 김 의원은 그 닳고 닳은 소위 “American Dream(미국의 꿈)”을 새롭게 정의했다. 뉴욕주 하원 40 선거구 주민 대다수인 이민자들이 꾸는 꿈은 고소득의 기회가 아니다. 나와 내가 속한 전체 사회를 connect, 연결하는 공공(公共)의 선과 이익을 추구하는 서비스 고리가 절실하다.
론 김 의원과 필자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사무실 밖에서는 주거, 건강 보험, 교육에 관한 지역 주민들과 의원 보좌관들의 내용이 간간히 들린다. 의원 사무실 운영 모토 그대로다. 자신의 사무실 문이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이제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My is door is always open and now you can always reach me.).”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