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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뉴욕일보 기사입력  2017/04/12 [09:02]
▲     ⓒ뉴욕일보

“나는 이 요정들을 영원하게 하고 싶다 /  그녀들의 연분홍색 살빛은 하도 깨끗하여 /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대기 속을 떠돈다. // 내가 사랑했던 것은 꿈이었나? / 옛 밤에 축적된 내 의혹은 많은 / 작은 나 뭇가지같이 끝나 버렸는데 / 이들이 그 대로 진정한 숲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은, 오호라!”

◆ 신비스런 분위기 위의 시는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 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의 첫 귀절 이다. ‘목신(牧神)’은 그리스 신화에서 ‘판(Pan)’으로, 로마 신화에서는 ‘파우 누스(Paunus)’로 불리는 신이다. 반은 사람이고 반은 염소(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드뷔시는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로부터 영감을 받아 관현악곡을 작곡했고 드디어 이 곡은 드뷔시의 이 름을 널리 알리게 된 데에 가장 큰 역할 을 한 작품이 되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플 룻의 메인 테마음으로 시작된다. 다분 히 몽환적이고 들을수록 어디론가 빨 려 들어갈 듯, 마법에 걸린 느낌이 드는 곡이다. 인상주의 음악 자체가 그렇지 만 특히 드뷔시의 곡에서는 곡 전체에 서 흐르는 신비스런 분위기를 결코 떨 쳐 버릴 수 없다.  필자가 처음 들은 드뷔시의 곡은 ‘달빛(ClairedeLune)’ 이었다. 사실 처 음 달빛을 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한동안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 세상에 이토록 신비하고 몽환적이고 그야말로 무엇인가에 홀린 듯, 취한듯 한 감정을 자제할 수 없었다.  이 느낌은 단순히 맑고 깨끗한 한편 의 소나타를 듣는다거나 웅장하고 화 려한 교향곡을 듣는 느낌과는 판이하 게 다르다. 스멀거리며 무엇인가가 간 지럽게 몸을 파고드는 둣한 느낌, 귀로

듣고 있지만 마치 눈으로 보듯 색깔이 있고 손으로 만지듯 감각이 있는 곡이 바로 드뷔시의 곡이다.

◆ ‘현대음악’을 연 명작 이 전주곡에 대해서 작곡가이자 지 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는 “현대음악은 이 곡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라고까 지 평했다. 예술에서 ‘현대’라고 할 때에는 단 순히 연도로 구분되는 시기를 말하기 보다는 기법이나 미학적인 면을 함축

하는 개념으로 사용될 때가 많은데, 이 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작품이 바로 현대 음악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도입부인 퓰륫의 음색을 들어보면 좀 더 명확하게 이 곡이 현대음악의 시 작이라는 느낌이 강렬해진다. 사실 이 전까지의 음악과 비교해볼 때 전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 는 드뷔시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움

직이는 인상’을 음악에 담으려고 했으 며 선율보다는 음색을 통해 이를 표현 하려 했다는 것이다. 

◆ 이야기와 음률의 조화 처음에는 전주곡, 간주곡, 피날레의 형식으로 계획했던 것이 전주곡만으로 도 완벽하게 되면서 ‘목신의 오후’는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따라서 악장의 구분 없이 약 10분간 연주된다. 가장 유명한 부분인 플루트가 아지 랑이처럼 아련하게 흔들리는 아라베스 크 풍의 주제가 아직은 정신이 몽롱한 목신이 갈대 피리를 부는 모습을 연상 시키며 시작된다. 오보에와 클라리넷, 하프가 가세하면서 목신의 욕망과 몽 상은 관능적으로 표현된다. 덥고 나른한 여름날 오후, 나무 그늘 에서 졸던 목신은 잠이 깨어 풀피리를 조용히 불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는 꿈과 현실을 헤매면서 조금 전 시냇 가에서 목욕하던 요정들을 생각한다. 그는 이 몽상의 환영에서 사랑의 정 열을 느끼고 이것을 잡으려 하지만, 님 프의 환영은 곧 사라지고 그의 욕정은 한층 더 공상을 펴 가다가 마침내 사랑 의 여신 비너스를 포옹하게 된다. 이윽 고 환상은 사라지고 모래 위에 비스듬 히 누운 목신은 풀 섶에서 다시 졸기 시 작하는데, 이 때 막연한 권태가 그의 마 음에 엄습해 온다. 목신의 환상의 꿈도 사라지고 정적 속에서 하프의 하행선 율과 호른의 화음이 목신의 환상 뒤에 오는 울적한 적막감을 절묘하게 나타 내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의 맛처럼 입 안에서 돌며 혀 끝으로 음미하고 마 침내는 목젖을 타고 서서히 내려가는 곡, 바로 이 느낌은 드뷔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프랑스다운 곡이다. 

 

◆ 큐알(QR) 코드 사용법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는 독자들이 클래식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도록 음악(곡)이 나올 때 마다 QR코드가 함께 실려 있습니 다. 독자들은 스마트폰으로 큐알 코드 스캔 앱을 설치해서 쓰면 됩 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플 레이스토아’에서, 아이폰은 ‘앱스 토아’에서 큐알코드를 검색 후 어 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을 수 있습 니다. 설치 후 곡의 큐알코드에 어 플을 갖다 대면 저절로 어플이 곡 을 인식해서 유튜브로 연결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 옵니다. 

▲     ⓒ 뉴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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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2 [09:02]  최종편집: ⓒ 뉴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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